입사하면 어느 순간 인사팀에서 물어봅니다. “DB형으로 하시겠어요, DC형으로 하시겠어요?” 대부분은 옆자리 동료를 따라 고르지만, 이 선택은 수십 년 뒤 퇴직급여가 수백~수천만 원 달라질 수 있는 결정입니다. 퇴직금제도와 퇴직연금(DB·DC)이 각각 어떻게 작동하는지, 어떤 사람에게 무엇이 유리한지, 갈아탈 때 주의할 점까지 정리했습니다.
세 가지 제도, 한눈에 비교
| 구분 | 퇴직금제도 | DB형 (확정급여) | DC형 (확정기여) |
|---|---|---|---|
| 받는 금액 | 퇴직 시 평균임금 × 30일 × 근속연수 | 퇴직 시 평균임금 × 30일 × 근속연수 (동일) | 매년 납입액(연간 임금총액의 1/12 이상) + 운용수익 |
| 돈 관리 | 회사 내부 (사내 적립) | 회사가 금융기관에 적립·운용 | 근로자가 직접 운용 |
| 운용 손익 귀속 | — | 회사 | 근로자 |
| 회사 도산 시 | 체불 위험 있음 | 사외 적립분 보호 | 사외 적립, 전액 보호 |
| 중도인출 | 중간정산 (제한적) | 불가 (담보대출만 가능) | 법정 사유 시 가능 |
핵심 구조는 간단합니다. DB형은 “마지막 월급”이 결정하고, DC형은 “매년의 월급과 내 운용 실력”이 결정합니다. DB형의 계산식은 기존 퇴직금제도와 같으므로(퇴직금 계산법 완전정리참고), 실질적인 선택지는 “DB냐 DC냐”입니다.
유불리를 가르는 단 하나의 기준
내 임금상승률과 운용수익률 중 무엇이 더 높은가. 이것이 전부입니다.
예를 들어 월급 300만 원으로 입사해 10년 뒤 500만 원이 된 직장인을 생각해봅시다. DB형이라면 퇴직급여는 마지막 평균임금 500만 원 기준으로 약 5,000만 원(500만 × 10년)입니다. DC형이라면 매년 “그해 월급 1개월분”씩 적립되므로 원금은 약 3,900만 원(300만~500만의 합계)이고, 여기에 운용수익이 붙습니다. 원금 차이 1,100만 원을 운용수익으로 따라잡으려면 연평균 5% 안팎의 수익률이 꾸준히 필요합니다.
| 상황 | 유리한 쪽 | 이유 |
|---|---|---|
| 승진·호봉 인상이 꾸준한 회사 | DB형 | 마지막 임금 기준이라 인상분이 전 근속기간에 소급 반영 |
| 임금 정체·성과연봉제 | DC형 | 임금상승률이 낮으면 운용수익이 이기기 쉬움 |
| 이직이 잦음 (3~5년 주기) | DC형 | 짧은 근속에선 임금상승 효과가 작고, IRP로 계속 굴릴 수 있음 |
| 임금피크제 적용 예정 | DC형 전환 고려 | 임금이 깎이기 전에 전환해야 고점 임금 기준을 지킴 |
| 투자에 관심·자신 없음 | DB형 | DC형 방치 시 원리금보장상품 금리에 그침 |
특히 임금피크제는 DB형의 최대 함정입니다. DB형은 “퇴직 직전 3개월 평균임금” 기준이므로, 임금피크로 급여가 깎인 뒤 퇴직하면 깎인 금액이 전체 근속연수에 곱해집니다. 많은 회사가 임금피크 진입 시점에 DC형 전환을 허용하는 이유입니다. 단, DB → DC 전환은 가능해도 DC → DB 복귀는 불가능한 것이 일반적이니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.
중도인출 — DC형만 열려 있는 비상구
DB형은 중도인출이 법으로 막혀 있고(담보대출만 가능), DC형·IRP는 다음 법정 사유에 한해 중도인출이 가능합니다(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제14조).
-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 또는 전세보증금·임차보증금 부담
- 본인·배우자·부양가족의 6개월 이상 요양 (연간 임금총액의 12.5% 초과 의료비 부담 시)
- 최근 5년 내 파산선고·개인회생 절차 개시
- 천재지변 등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는 재난 피해
다만 중도인출분은 연금 수령 감면 없이 퇴직소득세가 즉시 부과되고 노후 재원이 사라지므로, 정말 불가피할 때의 선택지로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.
퇴직할 때 — 어디로 받고, 세금은
어느 제도든 55세 미만 퇴직자의 급여는 IRP 계좌로 이체되는 것이 원칙입니다. 이후 선택지가 세금을 가릅니다.
- IRP 해지 → 일시금: 퇴직소득세 전액 납부
- 55세 이후 연금 수령: 퇴직소득세 30% 감면 (수령 11년 차부터 40%)
- IRP에 추가 납입하면 연 900만 원까지(연금저축 합산) 세액공제도 받을 수 있어, 재직 중 절세 계좌로도 활용됩니다.
퇴직소득세 자체가 얼마나 되는지는 퇴직금 계산법과 퇴직소득세 완전정리의 단계별 예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.
자주 묻는 질문
우리 회사는 아직 ‘퇴직금제도’인데 불리한 건가요?
받는 금액의 계산식은 DB형과 동일합니다. 차이는 안전성입니다. 퇴직금제도는 회사가 돈을 쌓아두지 않아도 되므로 도산 시 체불 위험이 있는 반면, 퇴직연금은 사외 금융기관에 적립되어 보호됩니다. 회사가 흔들릴 조짐이 보인다면 퇴직연금 도입 여부가 중요해집니다.
DC형인데 한 번도 운용 지시를 안 했어요.
지시가 없으면 대부분 낮은 금리의 원리금보장상품이나 디폴트옵션(사전지정운용)으로 굴러갑니다. 가입한 금융기관 앱에서 수익률부터 확인해보세요.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수익률이 수십 년 이어지면 DB형 대비 손해가 커집니다.
이직하면 퇴직연금은 어떻게 되나요?
퇴직 시 IRP로 이체된 금액은 해지하지 않는 한 과세되지 않고 계속 운용할 수 있습니다. 이직이 잦아도 IRP 하나로 모아가면 노후 재원과 세제 혜택을 함께 유지할 수 있습니다.
정리
선택 기준은 하나, 임금상승률 vs 운용수익률입니다. 승진 사다리가 확실하면 DB형, 임금이 정체돼 있거나 스스로 굴릴 자신이 있으면 DC형, 임금피크제를 앞두고 있다면 전환 시점을 계산하세요. 지금 기준 내 퇴직급여가 얼마인지는 퇴직금 계산기에서, 퇴직 후 월 실수령 감각은 연봉 실수령액 계산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.